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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리뷰 - 캐릭터 상징성 총평

by 릴라꼬 2025. 11. 2.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제목 보고 피식 웃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니. 요즘 누가 이런 ‘직설적인’ 제목을 쓰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3화까지 보고 나니, 웃음이 싹 사라졌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초상화 같은 작품이었다.

1. 김 부장은 나다 – 모든 걸 갖췄지만, 정작 행복은 없다

김 부장은 한때 잘나가던 대기업 부장이다. 집도 있다. 서울 자가.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1화부터 그 세계가 무너진다. 회사에선 세대 교체의 바람이 불고, 가족에겐 ‘당신 요즘 왜 그래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때부터 드라마는 진짜 시작된다.

나는 김 부장을 보며 자꾸 불편했다. 그의 말투, 그의 습관, 그의 자존심 — 너무 익숙했다. 마치 나,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 같았다. 성공이란 이름 아래 진짜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 이 드라마는 그런 현실을 낱낱이 보여준다.

2. 웃긴데, 가슴이 먹먹하다

〈김부장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표방한다. 하지만 그냥 웃고 넘길 수가 없다. 대사 하나하나가 현실을 찌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 나이에 다시 시작하라고?” 이런 대사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춘다.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눈물이 핑 돌고, 공감하다가도 괜히 자괴감이 든다. 이상한 균형이다. 웃음과 슬픔이 뒤섞인, 진짜 인생의 맛 같은 드라마다. 아마 이건 우리 세대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일 거다. ‘버티는 게 일상이고, 웃는 게 방어인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3. 3화까지 본 인상 – 인생 리셋물이 아닌, 자아 복원물

3화까지의 전개는 빠르다. 김 부장은 예상대로 모든 걸 잃는다. 직장, 인간관계, 자존심까지.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그걸 ‘갱생’의 이야기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이런 설정이면 ‘재기 서사’로 가기 마련인데, 〈김부장 이야기〉는 방향이 다르다.

그는 다시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묻는다. “나는 대기업 부장이 아니라, 그냥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너무 현실적이라 아프다. 3화의 엔딩에서 김 부장이 조용히 웃는 장면이 있다. 패배가 아니라, ‘포기 이후의 평화’ 같은 표정. 그게 진짜 인상 깊었다.

4. 캐릭터 연기 – 억지 감정이 없는 현실 연기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하다. 특히 김 부장 역의 배우는 ‘지쳐있는 중년’의 표정을 너무 잘 잡았다. 울지도, 화내지도 않는데 얼굴에 모든 감정이 다 있다. 그리고 조연들도 좋다. 요즘 드라마처럼 과장된 감정이나 뻔한 멘트가 없고, 그저 ‘진짜 사람들’이 나온다.

이런 현실적인 연기가 주는 울림이 크다. 시청자 입장에서 감정 이입이 너무 쉽다. “저럴 수 있지.” “나라도 그랬을 거야.” 이런 대사 없는 공감이 바로 드라마의 힘이다.

5. 서울, 자가, 대기업 – 이 세 단어의 상징성

이 드라마의 제목이 참 영리하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라는 긴 제목 속엔 한국 사회가 집착하는 세 가지 단어가 다 들어 있다. 서울, 자가, 대기업. 이건 그저 설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성공의 매뉴얼’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 매뉴얼을 정면으로 부순다. 서울도, 자가도, 대기업도 결국 ‘나’를 증명해주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진짜 김 부장은 그 모든 걸 잃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는다. 이건 풍자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다.

6. 총평 – 이 시대의 ‘아버지 세대’에게 보내는 조용한 위로

〈김부장 이야기〉는 화려하지 않다. 액션도 없고, 자극적인 전개도 없다. 하지만 대신, ‘진심’이 있다. 요즘처럼 성공의 기준이 숫자와 타이틀로만 정의되는 세상에서 이 드라마는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나는 김 부장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그보다 더 보고 싶은 건 그가 ‘다시 웃는 얼굴’을 찾는 순간이다. 그게 이 드라마가 진짜 하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