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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파트 투 (Dune: Part Two) 영화 리뷰

by 릴라꼬 2025. 10. 20.

 

〈듄: 파트 투 (Dune: Part Two, 2025)〉는 단순한 SF 속편이 아니다. 이 영화는 권력, 신화, 인간의 욕망을 거대한 사막 행성의 모래알처럼 세밀하게 엮어낸 한 편의 서사시다. 감독 드니 빌뇌브는 1편이 구축한 세계를 토대로, 2편에서 마침내 ‘폴 아트레이데스’의 운명을 완성시킨다. 2025년 현재, 〈듄: 파트 투〉는 철학과 스펙터클이 가장 정교하게 융합된 블록버스터로 평가받고 있다.

1) 서사의 확장: 예언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이 영화는 1편의 직후 시점에서 시작된다. 가문의 몰락 후, 폴(티모시 샬라메)과 어머니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프레멘 부족과 함께 사막을 떠돈다. 하지만 단순한 생존이 아닌, 그는 점차 “예언의 존재”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모래폭풍 속에서 폴이 보여주는 내적 혼란과 신비로운 환상은, 한 인간이 영웅이 아닌 신화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빌뇌브는 이 과정을 종교적 숭배와 정치적 선전의 경계선 위에 세운다. 프레멘들은 폴을 신으로 여기지만, 관객은 그 신화를 권력의 무기화로 보게 된다. 결국 영화는 묻는다. “예언은 믿음인가, 아니면 조작인가?”

2) 연출의 미학: 모래 위의 시각 예술

〈듄: 파트 투〉는 한 장면 한 장면이 회화처럼 구성되어 있다. 황금빛 사막, 푸른 프레멘의 눈, 검은 전투복의 질감—all of them are symbols. 특히 IMAX 촬영으로 구현된 샌드웜 장면은 압도적이다. 거대한 생명체의 등장보다 더 놀라운 것은 ‘모래의 질감’이다. 빌뇌브는 CGI보다 실제 조명, 미세한 먼지 입자, 인물의 음영을 활용해 현실감과 신비함을 동시에 잡았다.

빛의 방향 또한 서사의 의미를 지닌다. 폴이 예언을 거부할 때는 어둠 속 실루엣으로, 운명을 받아들일 때는 강렬한 사막빛 속 정면 쇼트로 촬영된다. 이 대비는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인간이 신으로 변하는 순간의 시각적 은유**다.

3) 인물과 감정: 절제된 대사, 폭발하는 감정

티모시 샬라메는 이번 작품에서 완전히 변했다. 1편의 순수한 청년은 사라지고, 2편의 폴은 자신이 “구원자인 동시에 파괴자”임을 인식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의 표정 하나, 숨소리 하나가 운명에 대한 두려움과 자각을 동시에 담는다. 반면, 젠데이아(챠니)는 단순한 러브라인이 아니라 현실과 이상 사이의 목소리로 기능한다. 그녀는 폴에게 “우리는 신을 원한 적이 없어.”라고 말하며 신화적 구원의 환상을 거부한다.

이 대사는 영화의 중심 주제—‘지도자는 구원자인가, 착각의 산물인가’—를 상징한다.

4) 사운드와 음악: 신화의 심장 박동

한스 짐머의 음악은 이번에도 압도적이다. 1편보다 더 원시적이고, 더 생체적이다. 북소리, 숨소리, 사막의 바람, 기도 소리가 하나로 얽혀 하나의 “모래의 심장 박동”처럼 느껴진다. 특히 클라이맥스 전투 장면에서 들려오는 여성 보컬의 반복 음향은 신화적 비극의 울림을 만든다.

놀라운 점은, 짐머가 사운드를 “신의 언어”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음악은 감정을 유도하는 수단이 아니라, 관객에게 “폴의 내면을 체험하게 하는 공명”으로 작용한다. 이건 듣는 음악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음악이다.

5) 철학적 층위: 신화와 정치의 경계

〈듄: 파트 투〉는 철저히 현대 정치의 메타포다. 프레멘들의 신앙은 식민지 민중의 저항이자, 지도자 숭배의 위험성을 상징한다. 빌뇌브는 영웅 서사의 화려함 뒤에 숨은 “광신과 권력의 위험”을 차갑게 응시한다.

폴은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만, 그의 눈빛에는 슬픔이 남는다. 그는 영웅이 아니라, “예언의 인질”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폴이 프레멘 군대를 이끌며 사막의 끝을 바라보는 모습은 장엄하지만, 동시에 비극적이다. 〈듄〉의 신은 인간이 만든 허상이다.

6) 결론: 사막 위에서 피어난 인간의 신화

〈듄: 파트 투〉는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모든 중심에는 여전히 한 인간의 감정이 있다. 폴의 사랑, 공포, 신념, 그리고 후회가 우주적 규모로 확장되어 펼쳐진다. 빌뇌브는 “우주의 신비”보다 “인간의 내면”이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전편의 완성판이 아니라, 인류가 반복해온 신화적 패턴—구원자, 전쟁, 믿음, 파멸—을 21세기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2025년, 이보다 더 정교하고 감각적인 블록버스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듄: 파트 투〉는 거대한 사막의 침묵 속에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답고 잔혹한 신화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