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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리뷰 – 끝없는 싸움 속, 인간은 무엇을 지키는가

by 릴라꼬 2025. 10. 20.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2025)〉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다시금 ‘도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인물로 돌아온 작품이다. 감독은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범죄와 복수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정의’를 잃을 수 있는가를 탐구한다. 숀 펜과의 투톱 연기, 그리고 162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 속에서도 영화는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는다. 이건 폭력의 이야기이자, 인간이 자기 자신과 싸우는 이야기다.

1) 줄거리: 복수의 끝, 구원의 시작

주인공 잭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전직 수사관 출신의 사립 탐정이다. 그는 아들의 죽음에 얽힌 거대한 조직 범죄의 실체를 추적하며,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적, 모건(숀 펜)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그는 과거 잭슨의 스승이자, 한때 같은 편이었던 인물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선과 악, 정의와 죄책감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총격보다 더 강렬한 건 두 사람의 대화다. 결국 영화의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악을 끝내려는 싸움이, 또 다른 악의 시작이 아닐까?”

2) 연기: 디카프리오의 절제, 숀 펜의 광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두 배우의 연기 대결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 디카프리오는 이번에도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쌓아 올린다. 그의 눈빛 하나로 죄책감, 분노, 연민이 동시에 느껴진다. 특히 그가 복수를 망설이는 장면에서, 관객은 그가 악인이 아닌 ‘무너지는 인간’임을 깨닫는다.

반면 숀 펜은 절제된 광기를 보여준다. 그의 악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냉정함으로 공포를 만든다. 모건은 살인을 신념처럼 수행하는 인물이며, 그 냉정한 태도는 오히려 잭슨의 분노보다 더 무섭게 다가온다. 두 사람의 첫 대면 장면은 2025년 영화 중 가장 강렬한 시퀀스로 손꼽힌다.

3) 연출: 폭력보다 침묵이 강하다

감독은 액션보다 ‘감정의 여백’을 택했다. 대부분의 장면은 어두운 실내,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 그리고 침묵으로 구성된다. 이 정적이 오히려 폭발 직전의 긴장감을 만든다. 교차편집으로 두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구성은 마치 심리 스릴러처럼 느껴진다.

특히 중반부의 ‘호텔 복도 총격전’ 장면은 소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인물의 호흡과 발소리만 들리며, 관객은 마치 현장 안에 갇힌 듯한 감각을 받는다. 폭력은 보이지 않지만, 그 무게는 오히려 더 강하다.

4) 색채와 카메라: 인간의 어둠을 비추는 빛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비주얼은 어둡고, 차갑고, 철저히 현실적이다. 노을빛 대신 인공 조명, 따뜻한 톤 대신 회색과 붉은빛의 대비. 이 영화에서 ‘빛’은 희망이 아니라, ‘노출된 죄’의 상징이다. 카메라는 종종 인물을 정면이 아닌 비스듬히 비춘다. 그건 관객조차 진실을 완전히 볼 수 없음을 암시한다.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 불타는 창고 속 붉은 연기 사이로 디카프리오와 숀 펜의 실루엣이 겹치는 쇼트는 “악과 정의의 구분이 사라진 순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5) 음악: 절망 속의 리듬

음악감독은 〈시카리오〉의 요한 요한손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저음 중심의 앰비언트 사운드를 사용했다. 현악 대신 심장박동 같은 베이스, 그리고 숨소리를 변조한 전자음이 배경을 채운다. 특히 엔딩 시퀀스에서 흐르는 “Another Battle”은 전쟁이 끝나도 싸움은 인간의 내면에 남는다는 주제를 요약한다. 음악은 감정을 고조시키지 않고, 냉정하게 현실을 응시하게 만든다.

6) 주제: 인간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제목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잭슨이 싸우는 대상은 범죄가 아니라 자신이다. 그는 정의를 내세우지만, 복수의 순간마다 인간성을 잃어간다. 반대로 모건은 악의 상징이지만, 그 안에는 냉철한 논리와 체계가 있다.

감독은 이 두 인물을 통해 묻는다. “정의는 언제 죄가 되고, 죄는 언제 정의가 되는가?” 결국 영화는 ‘악의 처단’이 아니라, ‘인간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복수는 끝났지만, 싸움은 계속된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은 곧 인간의 숙명이다 — one battle after another.

7) 결론: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성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단순한 범죄극이 아니다. 그건 인간 내면의 전쟁을 다룬 심리 드라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커리어 중에서도 가장 절제된 연기, 숀 펜의 냉혹한 카리스마, 그리고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만나 완성된 작품이다.

결말에서 잭슨은 복수를 완수하지만, 그의 얼굴엔 승리의 기쁨이 아닌 허무함이 남는다. 영화는 관객에게 말없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그 질문이 엔딩 크레딧 이후에도 오래 남는다.

 


요약 정리

  •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One Battle After Another, 2025.10.01 개봉)
  • 🎭 감독: 공식 정보 미공개 (할리우드 실화 기반 범죄극)
  • 🌟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숀 펜
  • ⏱️ 러닝타임: 162분
  • 🎯 장르: 범죄 / 드라마 / 심리 스릴러
  • 💡 주제: 정의와 복수의 경계, 인간의 내면적 전쟁
  • 평점: 8.4 (2025년 10월 기준)
  • 🎯 한줄평: 싸움은 끝나도, 인간의 내면엔 또 다른 전쟁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