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HIMYM)를 봤을 땐 솔직히 “〈프렌즈〉의 아류작 아니야?” 이런 생각을 했다. 뉴욕, 친구들, 연애 이야기라니, 구도가 너무 비슷했다. 하지만 몇 화만 지나면 완전히 달라진다. 〈프렌즈〉가 따뜻한 웃음이라면, 이건 현실의 웃음 뒤에 남는 쓸쓸함이다. 그래서 좋았다. 웃다가 울게 되는 드라마, 그게 바로 이 작품이다.
1. 한 남자의 긴 고백으로 시작된다
이 드라마의 기본 구상은 정말 독특하다. 2045년, 한 남자가 아이들에게 “내가 너희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지”를 들려주는 이야기. 그런데 정작 ‘엄마’는 한참 뒤에야 등장한다. 처음엔 그게 답답했는데, 보다 보면 그 ‘과정’ 자체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된다.
주인공 테드 모스비. 로맨틱하지만 늘 타이밍이 안 맞는 남자, 항상 ‘진짜 사랑’을 찾는 이상주의자다. 그의 인생은 연애보다 ‘성장’에 더 가깝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실수하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그게 너무 현실적이다.
2. 사랑 이야기보다 ‘인생 이야기’
제목만 보면 연애 드라마 같지만,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는 오히려 사람이 어떻게 사랑을 배우고, 그 안에서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사랑은 늘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 더 큰 교훈이 된다.
테드는 계속 사랑을 찾아 헤매지만, 사실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다. 그걸 지켜보는 게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이다. 이건 연애보다 ‘삶’을 다루는 시트콤이다.
3. 친구들 –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
테드의 주변엔 개성 강한 친구들이 있다. 슈트 입고 연애 상담을 하는 바니, 현실적이지만 따뜻한 마셜, 그의 아내이자 인생의 중심인 릴리, 그리고 테드의 오랜 짝사랑 로빈.
이 다섯 명의 조합이 완벽하다. 바니의 유치한 농담에 빵 터지다가도, 마셜의 따뜻한 한마디에 눈물이 난다. 로빈은 늘 쿨하지만, 내면에는 누구보다 외로움이 있다. 그들의 관계는 현실의 친구 관계처럼 가깝지만 완벽하지 않다. 서로 싸우고, 이해하고, 결국 다시 함께한다. 이 드라마는 ‘우정’의 리얼리티를 너무 잘 안다.
4. 바니 – 웃기지만 가장 슬픈 캐릭터
바니 스틴슨은 이 드라마의 상징이다. “Suit up!”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겉으론 바람둥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외로운 사람. 그의 농담은 웃기지만, 그 뒤에 쓸쓸함이 늘 있다. 그가 사랑을 배우는 과정은 시청자 입장에서 진짜 먹먹하다.
특히 바니가 진심으로 사랑을 느끼는 장면들 — 그 순간의 어색함, 혼란, 그리고 후회. 그게 너무 인간적이다. 그래서 바니는 그냥 코믹 캐릭터가 아니라, 이 드라마의 정서적 축이다.
5. 유머 속 진심 – 대사 하나하나가 현실이다
이 드라마는 농담처럼 들리는 대사 속에 진짜 인생이 숨어 있다. “사랑은 타이밍이야.” “좋은 일은 천천히 일어나.” “그때는 몰랐지만, 그게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어.” 이런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온다.
그래서 단순한 웃음이 아니라, ‘공감의 웃음’이 된다. 웃다가 잠깐 멍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게 바로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만의 매력이다.
6. 연출 – 시트콤의 틀을 깨다
이 작품은 형식부터 독특하다. 일반 시트콤처럼 단순히 사건이 나열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된다. 심지어 같은 사건이 다른 시점에서 반복되기도 한다. 이야기 구조가 정교하고, 감정선의 흐름이 완벽하다.
게다가 ‘내레이션’이 주는 몰입감이 크다. 미래의 테드가 회상하듯 이야기하는 방식이 시청자에게 묘한 안정감을 준다. 그 목소리가 마치 “괜찮아,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야.” 라고 위로해주는 것 같다.
7. 결말 – 현실이라서 더 울었다
마지막 회는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그런데 나는 그 결말이 좋았다.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진짜 같았다. 삶은 항상 예측대로 가지 않잖아.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그게 현실이다.
테드가 결국 ‘그녀’를 만나는 장면, 그리고 나중에 다시 로빈과 마주서는 순간. 모든 게 순환처럼 느껴졌다. 인생이란 게 결국 그렇게 돌아가는 거 아닐까. 드라마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끝난다. 그 여운이 며칠이나 남았다.
8. 총평 – 웃으면서 삶을 배우는 시트콤
〈하우 아이 멧 유어 마더〉는 단순히 웃기지 않는다. 살면서 누구나 겪는 외로움, 후회, 사랑, 우정이 그 안에 다 있다. 그래서 오래된 시트콤인데도 지금 봐도 하나도 낡지 않았다.
이건 인생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시간 같은 드라마다. 나도 언젠가 내 아이에게 “내가 네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할 날이 올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결국 이 드라마의 제목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그래서 이 작품은 지금도 내 플레이리스트 최상단에 있다. 그냥 위로가 된다. 웃으면서 배우는 인생, 그게 바로 HIMY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