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넷플릭스나 웨이브에 화려한 예능이 넘쳐나는데, 그 중에서 〈폭삭 삭았수다〉는 이상하게 마음이 간다. 처음엔 제목부터 특이해서 봤다. ‘폭삭 삭았수다’라니, 무슨 뜻이지? 근데 첫 화를 보고 나서 바로 이해했다. 이 프로그램은 ‘무너짐’이 아니라 ‘따뜻한 회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건 단순한 제주 예능이 아니다. 삶의 속도를 잠깐 늦추고 숨을 고르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1. 프로그램 소개 – 제주에서 인생을 내려놓다
〈폭삭 삭았수다〉는 배우 나문희, 김영옥, 고두심, 나영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 배우들이 함께 제주에서 지내며 서로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예능이다. 그냥 먹고 자고, 이야기하는 게 전부인데 그게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제주의 바람 소리, 배경으로 깔리는 새소리, 그리고 배우들의 잔잔한 목소리. 어느 순간부터 나도 같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대단한 웃음은 없지만, 그냥 ‘사람 이야기’로 채워진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오래 남는다.
2. 대사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재밌을 수 있나
다른 예능들은 자막이 넘치고 리액션이 과하지만, 〈폭삭 삭았수다〉는 그 반대다. 편집이 느리고, 카메라도 조용하다. 그 느림 속에서 웃음이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특히 나문희 선생님이 밥상 차리며 “이거 옛날에는 다 이렇게 했어”라고 하시는 장면, 그 말 한마디에 세월이 다 담겨 있다. 김영옥 배우의 “나도 요즘 외로워” 한마디는 그저 예능 속 대사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 세대의 진짜 마음 같았다. 그 진심이 이 프로그램의 힘이다.
3. 네 사람의 케미 – 싸우지도 않는데 웃기다
이 네 분은 그냥 말 한마디, 표정 하나로도 웃기다. 억지로 웃기지 않는다. 서로 놀리면서도 배려가 있고, 툭 던지는 농담에 인생이 묻어난다.
고두심 배우가 “나는 아직도 사랑하고 싶어” 하니까 나문희 배우가 “그럼 해야지” 하며 웃는 장면. 그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나이와 관계없이 여전히 ‘삶’을 즐기려는 그 마음. 그게 이 프로그램의 따뜻한 메시지다.
이건 예능이라기보다 인생 다큐멘터리 같다. 그냥 친구들이 모여 이야기하는데, 그 안에 유머도, 철학도, 위로도 다 있다.
4. 제주라는 공간 – 자연이 만든 힐링 배경
〈폭삭 삭았수다〉를 보다 보면 제주 풍경이 절반을 차지한다. 돌담길, 귤밭, 바람 부는 마을길. 그 모든 풍경이 배우들의 이야기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
특히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이 나이에도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보네”라고 하는 장면에서 괜히 울컥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지치잖아요. 그럴 때 제주 같은 공간에서 그냥 숨 한 번 크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쉼’ 그 자체다.
5. 예능이 아니라 위로
솔직히 요즘 예능은 피곤하다. 웃기려고 애쓰고, 시끄럽고, 경쟁이 많다. 그런데 〈폭삭 삭았수다〉는 정반대다. 조용하고, 따뜻하고, 느리다. 그게 오히려 더 큰 위로다.
이 네 배우는 어떤 대단한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 그냥 같이 밥 먹고, 옛날 얘기하고, 가끔 혼자 앉아 바다를 본다. 근데 그게 너무 진짜 같다. 내가 바라던 예능이 바로 이런 거였다. ‘정적이 아름다운 방송’이랄까.
6. 순간들이 주는 감동
이 프로그램의 감정선은 말보다 ‘표정’에서 온다. 말없이 귤을 까먹거나, 잠깐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인생의 무게가 느껴진다.
어느 날 김영옥 배우가 “나도 젊을 땐 참 많이 울었어”라고 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그 장면 하나로, 서로의 인생을 이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이 프로그램의 진짜 대사다. 화려하지 않아도 마음에 남는다.
7. 느림의 미학 – 나도 잠시 멈춰 선다
〈폭삭 삭았수다〉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내려놓게 된다. 음악도 조용하고, 대사도 잔잔해서 자연스레 집중하게 된다. 요즘 콘텐츠는 다들 ‘빨리’ 가는데 이건 오히려 ‘멈추는’ 프로그램이다.
이게 진짜 힐링이다 싶었다. 예능을 보면서 이렇게 마음이 차분해진 건 처음이었다. 이건 그냥 TV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루를 달래주는 ‘시간의 쉼표’다.
8. 총평 – 폭삭 무너진 게 아니라, 폭삭 녹아내린 마음
〈폭삭 삭았수다〉는 제목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진짜 ‘사람’을 보여준다. 웃음보다 따뜻함이, 이야기보다 침묵이, 그리고 경쟁보다 배려가 있다.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해지고, 마지막에 ‘나도 저 나이에도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녹아내린 자리에서 피어난 웃음, 그게 진짜 ‘폭삭 삭았수다’다.
이 프로그램은 바쁜 하루 속 잠깐의 제주 같은 순간이다. 무너진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폭삭 녹아내렸다.